풍경놀이터

광주 전일빌딩245: 5·18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걷다

jujudailystory 2025. 5.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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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5월의 광주. 거리를 감싸는 공기가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1980년 그 해 5월의 아픔과 용기가 아직도 이 도시 곳곳에 서려 있는 듯합니다. 금남로를 따라 걷는 제 발걸음은 자연스레 옛 전남도청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마음 한켠에선 방금 새긴 문장이 조용히 메아리칩니다.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 그 다짐이 바로 오늘 제가 전일빌딩245를 찾는 이유입니다.


전일빌딩245는 어떤 곳인가요?

광주 동구 금남로 245번지, 옛 전남도청 건너편에 자리한 전일빌딩245 앞에 서니 가슴 속에서 시간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겉보기에 평범한 회색 건물이지만, 이곳은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news.kbs.co.kr. 1968년에 준공되어 오랫동안 지역 신문사와 방송국 등이 입주해 있던 이 빌딩은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acc.go.kr. 1980년 5월, 계엄군의 헬기에서 쏟아진 총탄이 이 건물을 향했고, 그 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벽에 남았습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로 건물 내부와 외벽에서 245개에 달하는 탄흔 자국이 확인되었고, 이 탄환들이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된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koya-culture.com. 오랜 세월 알아주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난 순간이었지요. 그렇게 밝혀진 245라는 숫자는 이 건물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증거를 지켜내기 위해 2019년에 시작된 리모델링을 거쳐, 마침내 2020년 5월 전일빌딩은 **‘전일빌딩245’**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acc.go.kr.




저는 전일빌딩245 입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회색 빌딩 벽면 어딘가, 40여 년 전 박힌 총알 자국들이 아직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이 조용한 증언자를 내가 마주하려 하는구나. 스스로 중얼거리며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꼭 들러봐야 할 공간들

실내에 들어서자 싸늘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5월의 열기가 한풀 식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원의 권유대로 10층 전시관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천장을 가로지르는 수십 개의 탄환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합니다news.kbs.co.kr. 마치 공중에서 막 쏟아져 내린 듯 멈춰버린 총알들, 그 탄환 조형물의 끝에는 옛 전일빌딩의 흑백 사진이 매달려 있습니다news.kbs.co.kr.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사진들이 총알에 꿰인 채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무심코 숨을 삼킨 채 그 아래를 걸어 들어갔습니다.


10층과 9층에 걸쳐 이어지는 전시 공간의 이름은 [19800518] 메모리얼 홀이었습니다. 그 이름처럼, 당시 광주의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공간이지요. 어두운 전시관 한복판에는 1980년 5월 금남로 일대를 축소해 만든 정교한 디오라마가 놓여 있고, 머리 위로는 UH-1 헬기 모형이 위압적으로 걸려 있습니다wiki.hash.kr. 전시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곧 하나의 영상 쇼를 마주하게 되는데, 5·18 당시 헬기 사격 증언을 토대로 만든 5분 분량의 멀티미디어 영상입니다acc.go.kr. 디오라마 위로 실제 헬기가 날아가는 듯 입체적인 빔映像과 사운드가 어우러져 눈앞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장면을 재현해 냅니다acc.go.kr. 불이 낮춰진 공간에 울려퍼지는 헬기의 굉음과 총성, 그리고 비명 소리에 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날의 한복판에 선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5분 남짓의 영상이 끝나자 숨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저는 그제서야 크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앞의 5분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acc.go.kr.


전시관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9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는 실제 총탄 흔적이 발견된 벽 조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설명 패널에는 그 탄환들이 날아왔던 방향과 당시 상황이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유리 너머로 그 탄흔 자국을 바라보았습니다. 총알이 깊게 패인 콘크리트의 상흔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 자체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계엄군이 이 빌딩을 장악하려 한 이유와 헬기 사격을 둘러싼 다양한 증언과 기록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acc.go.kr, 그동안 일부 세력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려 했는지와 결국 어떻게 진실이 밝혀졌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벽에 남은 구멍 하나하나가 “거짓은 총알처럼 우리를 뚫었지만, 결국 진실이 승리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전시를 모두 본 뒤에는 8층으로 내려와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8층 한쪽에는 아담한 카페 245가 마련되어 있어, 무거운 마음을 달래며 차 한 잔을 마시기 좋았습니다. 창가 자리에서 커피를 내려놓고 밖을 내다보니 광주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더군요. 방금 전까지의 숨 막히던 영상 속 광주와는 딴 세상처럼 고요한 풍경이었습니다. 잠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의 느낌을 곱씹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계단을 오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광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전일마루라고 불리는 옥상 정원으로, 몇몇 방문객들은 잔디와 화분이 놓인 공간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옥상 한켠에는 커다란 'GWANGJU' 알파벳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여행자들의 포토존이 되어 있었지만, 저는 난간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난간에 손을 올리고 아래를 바라보니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눈앞에는 옛 전남도청 건물이 보입니다. 40여 년 전 이 거리를 가득 메웠을 시민들의 함성과 총성이 제 상상 속에서 되살아나 목전에 어른거렸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흐르는 거리지만, 그날 이곳에서는 믿기 어려운 비극과 용기의 드라마가 펼쳐졌겠지요. 눈을 들어 멀리 무등산 자락까지 내다보니, 문득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제는 평화로운 이 도시 풍경이야말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미래의 모습이겠구나...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차올라 잠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밀려왔습니다.

왜 전일빌딩245를 방문해야 할까요?

전일빌딩245를 나오며 저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방금 제 두 눈으로 목도한 것들은 책이나 다큐멘터리로만 접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직접 그 공간에 서 보는 것의 힘을 느꼈다고 할까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온몸으로 체험한 역사의 흔적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벽에 남은 탄흔을 바라볼 때, 저는 비로소 그날의 공포와 절박함, 그리고 처절한 희생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서 보니 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는지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전일빌딩245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유산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곳은 역사의 아픔을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로 나아가는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관에서 한 청년이 VR 체험을 하며 충격에 입을 틀어막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마 그 청년도 저처럼 마음에 큰 울림을 얻었겠지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고 나면, 5·18의 기억은 우리 내면에 살아 숨 쉬게 됩니다. 전일빌딩245는 그런 기억의 다리 역할을 하며, 세대를 넘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news.kbs.co.kr. 또한 1층부터 4층까지 마련된 시민를 위한 문화공간, 8층의 카페와 옥상 정원처럼 일상의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총탄 자국으로 얼룩졌던 공간이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news.kbs.co.kr.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우리가 얻어낸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광주 여행길에 전일빌딩245를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우리 현대사 한복판으로 걸어들어가는 경험입니다. 그날의 진실을 직접 보고 느끼는 일은 마음을 아프게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픈 만큼 더욱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곳을 찾는 다른 이들도 저마다 가슴 뜨거운 깨달음을 안고 돌아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은 모여 우리가 지켜나갈 내일의 밑바탕이 되겠지요. 역사의 교훈을 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저는 주저 없이 이 곳 방문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관을 나오며 마주한 문구 하나가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그 날의 영령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목소리처럼 들렸던 그 말, 제가 가슴에 새긴 그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맺겠습니다.


우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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